사람이 절망감을 느낄때가 언제일까요? 누군가를 생각하면서 기대감을 가졌는데,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질때 절망감이 오기도 합니다. 그런 상황은 그래도 이겨낼수 있습니다. 그런데, 내 모습을 보면서 실망할때 오는 절망감은 감당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느 상황에 부딪혔을때 지금까지 감추어져있던, 혹은 스스로 알지 못했던 자신의 민낯을 보면서 실망할때가 그런 때일 것입니다.
최근에 제 안에 자주 떠오르는 생각은 재정에 대한 부분입니다. 교회서 안식년을 허락해주셔서 내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교회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임에도 저와 아내를 위해서 안식년 기간동안 사례를 그대로 집행하기로 허락해주셨는데, 저로서는 너무 감사하면서도 적지않은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교회와 성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놀라운 선물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저도 모르게 재정에 대한 걱정이 내면에 깔려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단적인 예로, “저를 후원해줄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하면서 교회밖에 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는 제 모습을 본 것이죠.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에게는 전혀 물어보지도 않고 내 생각으로 무언가를 준비하는 제 모습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재정에는 그래도 자유한다고 생각했는데, 재정에 매여있는 제 자신을 보면서, “내게도 소망이 없구나”하는 마음이 확 밀려왔습니다. 완전한 절망감이었습니다. 설교할때는 재정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니 믿고 가자고 하면서, 제 문제에는 은밀히 준비하는 겉과 속이 다른 목사였습니다. 2023년 마지막을 보내면서 제 자신을 보게 하시는 너무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하루종일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 거리는 상태로 멍하니 있다가 주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음성이 있었습니다. “역시 내게는 소망이 없구나, 오직 주님만이 내 소망이시구나, 주님을 잊어버렸구나, 주님을 찾지 않았구나, 주님 의지하지 않고 사람을 의존하는 내 실체를 보게 하신 것은 절망이지만 동시에 소망을 주시는구나. 주님만이 소망이라는…” 2023년의 마지막은 절망이지만, 2024년은 주님을 만나서 소망으로 넘쳐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