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습니다. 나의 인생도 그렇지만 주위의 사람을 보면서도 그렇습니다. 더 이해하기 힘든 것은, 선교지에서 정말 귀한 사역을 하시고 열매도 풍성히 맺어가는데 갑자기 하나님이 데려가실 때 입니다. 우리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한 가지 기도 제목을 두고 공동체가 간절히 기도하는데도 좀 처럼 변화가 없고 긴 시간동안 기다림의 인내를 요구 할 때입니다. 아무 소식도 없고 기미도 없을때 참 힘이 듭니다.
지난 주중에 저는 이렇게 이해가 되지 않는 한 가지 소식을 접했습니다. 가정교회를 잘 섬기시면서 교회가 건강하게 부흥하고 있는 한 교회의 사모님의 갑작스런 소천 소식입니다. 다른 건강에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심정지가 와서 응급실에 갔습니다. 응급실에 간지 한 주만에 뇌사 판정을 받고 가족들의 동의하에 호흡기를 떼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그 교회의 모든 성도들이 새벽과 저녁으로 간절히 기도했고, 주위의 목회자와 사모님들도 한마음으로 기도했지만,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해할수 없는 상황입니다. 모든 상황을 마무리하고 연명을 멈추어야 할때 남편되신 목사님이 이렇게 카톡을 전해주셨습니다.
할렐루야. 존경하는 목사님들과 사모님들 안녕하세요. 아쉬운 소식을 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동안 함께 기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시는 것처럼 사랑하는 제 아내 000 사모는 주님 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언제나 옳으신 주님의 크신 계획 안에서 주님의 선택이심을 믿기에 감사할 뿐입니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 여쭙는 것이 옳겠지만 그럴수 없음에 죄송합니다. 그동안 제 아내를 위해 함께 걱정해 주시고 위로해 주시고 무엇보다 기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랑하는 주님으로 복되고 행복한 저녁되세요. 감사드립니다..
교회 성도들도 이해가 되지 않았겠지만, 남편 목사님은 받아들이기에 가장 힘드셨을 것같습니다. 그럼에도 목사님은 한 주간 동안 아내의 곁을 지켜보면서 하나님을 향해 고백하시는 것 같습니다. 마치 느헤미야 성도들을 향해서 레위인들이 고백한 것처럼 말이죠. “…주님께서는 의로우셔서, 말씀하신 것을 지키셨습니다(느9:8)”
정목사
저희집 근처에 있는 강가로 달리기하러 가기 전에 자동차정비소가 하나 있습니다. 그곳을 지나가다 보면 창문 틈 위에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항상 음악 소리가 나옵니다. 운동하러 갈 때 클래식 음악입니다. 그런데 돌아갈 때는 팝송입니다. 어떤 때는 한국 음악같은 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한 번은 누가 노래를 듣고 있는가 궁금해서 창문 안으로 들여다보면 일하는 사람이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스피커는 그것과 상관없이 오늘도 열심히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 광경을 보면서 한가지 깨닫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음악 소리를 틀어놓는 것은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려는 것입니다. 지루해서 그렇기도 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무슨 음악이 나오든지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일합니다. 듣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일하고 음악 장르하고도 어울리지 않기도 합니다. 음악과 일은 그들에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말씀과 기도로 만들어가는 영성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말씀을 볼 때마다 은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때는 지루하고 어떤 때는 감동입니다. 어떤 때는 기도가 깊이가 있고, 어떤 때는 졸면서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 모두가 다양하게 다가오는 일상 속에서 나를 살게 해주고 움직이게 해주는 힘이 됩니다. 지루하게 읽던 그 말씀에서 지혜를 얻습니다. 그분들이 정비소에서 일하다가 순간순간 들려지는 음악 소리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생기듯이, 바쁜 일상에서 불쑥불쑥 떠오르는 말씀 때문에 감사가 있고 찬송이 나옵니다. 그러면서 내 삶은 힘을 얻습니다.
일상에서 녹아든 티가 나지 않는 말씀과 기도이지만, 그것이 나를 살게 합니다. 자동차를 수리하다가 임윤찬의 쇼팽을 들으면서 하늘을 보고 숨을 돌리듯이, 힘든 상황에 싸여있다가 느닷없이 떠 오르는 말씀 한 구절 때문에 나도 모르게 이겨지고 헤쳐나가는 힘이 되게 합니다. 말씀을 보고 기도한다고 늘 충만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 삶에 일상이 되니까, 순간순간 충돌 속에서 스펀지 역할을 하고, 바쁨 속에서 여유가 되고, 긴박한 상황 속에서 분별력으로 찾아옵니다. 말씀과 기도로 동행하는 일상의 영성이, 오늘도 나를 달리게 만들어 줍니다.